자전거 국토종주 4일 차가 시작되었다. 자전거 국토종주 코스 중 가장 높은 이화령을 넘는 날이다. 충청도를 지나 경상북도 문경까지의 여정이다. 삼복중 두 번째인 중복날이기도 하다. 가장 더운 정오에 이화령을 넘게 될 듯하여 평소 아침 6시에 출발하던 것을 30분 일찍 출발한다.
2021년 07월 21일 수요일 (최저기온 22도 / 최고기온 33도)
시간 | 위치 | 누적거리(Km) | 비고 |
05:30 | 숙소 | 0 | |
08:50 | 수안보인증센터 | 28 | |
09:00 | 식사 | 28 | |
12:35 | 행촌교차로인증센터 | 41 | |
15:20 | 이화령고개휴게소인증센터 | 47 | |
15:30 | 식사 | 47 | |
17:30 | 숙소 | 57 |
아침 5:30 출발 전 하늘은 붉은빛과 보랏빛이그러데이션으로 물들고 또 안개도 잔뜩 껴서 비현실적인 다른 세계를 달리는 듯했다.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은 실로 대단했다. 도시의 회색빛을 보다 이런 몽환적인 풍경을 달리고 있노라니 자전거 여행의 매력을 새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숙소를 출발하여 약 20Km 정도를 달리니 수주팔봉이 나왔다. 달천이 바위 봉우리를 휘감아 돌아 흐르며 봉우리 사이에 작은 폭포가 있었고 그위로 출렁다리가 놓여있었다. 달천이 흐르는 뒤쪽으로 돌아가면 출렁다리로 올라갈 수 있는 입구가 나왔다. 우리는 오늘 이화령 고개를 넘어야 했기에 마음이 바빠 그냥 가기로 했다.
수주팔봉에서 10Km 정도 더 달려가니 오늘의 첫 인증센터인 수안보인증센터가 나왔다. 많은 분들이 여기에 숙소를 잡고 아침 일찍 체력이 남았을 때 이화령 고개를 넘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도 일정을 계획할 때 수안보 온천에 숙소를 잡을까도 했지만 우리가 하루에 갈 수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일정구간을 무리해서 가야 했기에 과감히 포기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국토종주 루트를 계획하여 최대한 무리하지 않고 우리만의 속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여기서 이화령을 넘기 전에 아침식사를 든든하게 먹기로 했다. 오늘이 중복날 이기도 하고 이화령을 넘기 전에 소조령을 넘어야 하기에 체력 보충 차원에서 든든하게 먹었다.
수안보를 출발하자마자 업힐이 시작되었다. 작은 업힐들이 나오다가 소조령이 나왔다. 이 소조령이 이화령으로 알고 넘으시는 분도 많이 계셨다. 국토종주 시뮬레이션을 할 때 소조령이 먼저 나온다는 것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했던 터라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둘째 딸과 나는 초반부터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페달을 몇 번 굴러보고 올라가 봤지만 숨이 턱턱 막혀 왔다. 소조령 정상에 다다르니 시간은 정오를 가리켰다. 하루 최고 더운 시간에 이화령을 넘게 생겼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오르막을 길고 내리막은 짧은 느낌이다. 내리막 끝부분에 작은 마을 입구에 슈퍼가 보여 얼음과 음료, 간식을 보급하고 다음 행촌교차로인증센터로 향하였다. 여기는 국토종주 코스는 아니지만 나중에 그랜드슬램을 위해서 도장을 직 어두 었다. 이전 2일 차에 밝은광장과 같은 취지였다. 행촌교차로인증센터로 가는 길에 한지박물관이 있는데 여기는 우리가 여행으로 한번 방문했던 곳인데 자전거를 타고 여기를 오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너무 더워 30분 정도를 쉬고 본격적으로 이화령 고개를 넘기 시작했다.
자전거 도로 바닥에 이화령인증센터 5Km가 보이면 본격적으로 업힐이 시작된다. 처음부터 정상까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업힐이다. 물론 고수들은 무정차로 순식간에 정상까지 오르지만 우리는 13:00에 시작 지점을 출발하여 15:20에 정상에 도착하였다. 정차와 휴식은 있었지만 높고 지루한 곳을 끌고 가지 않았다. 4일째 되니 몸이 적응한 것인지 두 딸과 나는 그렇게 자전거를 끌지 않고 정상까지 올랐다. 바닥에 인증센터의 거리를 500M 거리마다 알려주었다. 이것도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5.0Km / 4.5Km / 4.0Km... 이렇게 점점 줄어들어 인증센터 마지막 거리를 알리는 푯말이 100M를 가리켰을 때 마지막 쉬며 숨을 고르고 정상으로 향했다. 백두대간이화령이 적힌 커다란 비석이 보였다.
드디어 이화령 고개 정상에 다다랐을 때 아래 내려다 보이는 풍경을 장관이었다. 골짜기 아래 산등성이를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보며 저기를 올랐구나 하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도장을 찍고 인증숏도 찍었다. 휴게소에서 늦은 식사를 하고 숙소를 가기 위해 준비했다. 많은 파워젤과 포도당 캔디를 이화령고개인증센터 부스 안에 두고 힘들게 올라온분들을 위해서 보급하시라고 메모를 남기고 우리는 다운힐을 시작하였다.
안전사고는 업힐보다 다운힐에서 많이 난다. 두 딸에게 주의사항을 얘기하고 다운힐 하기 시작했다. 자전거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 이긴 하지만 둘째 딸 브레이크는 기계식이라 잡은 손이 아프다고 하여 중간중간 쉬면서 내려갔다. 첫쨰 딸과 나는 유압식 브레이크라 생각보다 편안하게 내려왔다. 요즘 아이들 자전거도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가 많이 나오는데 기왕이면 유압식을 추천한다.
문경새제의 큰 현판을 지나 숙소에 들어왔다. 가장 긴장했고 어렵다고 들었던 이화령 고개를 넘은 날 해냈다는 기쁨과 앞으로 편안한 자전거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날이었다. 수고한 우리를 위해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내일을 위해 휴식을 취했다.
오늘도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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